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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 이야기/MOVIE MOVIE

The Great Beauty (그레이트뷰티)-'파티를 초라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갖고 싶었다'

 The Great Beauty (그레이트뷰티)

2013년 작품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

출연 토니 세르빌로, 사브리나 페릴리

 

영화 '그레이트 뷰티'는 최고의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감각적인 연출과 최고의 배우 토니 세르빌로의 연기로 명작중에 명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제 인생영화 'top5'안에 드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속 배경은 로마입니다. 이탈리아의 패션과 아름다운 건축

그리고 그에 걸맞는 멋진 음악까지 영화는 어느 한 장면도 놓쳐서는 안될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첫장면은 이탈리아 여행객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여성들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하모니 아래 남자의 죽음이 이 영화가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 '젭 감바르델라'는 40년 전 쓴 단 한편의 소설을 끝으로 후속작을 내보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설은 그를 성공하게 해 주었고, 그는 그 소설로 인해 상류사회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나이 든 젭 감바르델라의 생일파티 

셀럽중 한 사람인 젭 감바르델라의 생일에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틀고 춤을추며 정신없이 술을 마셔댑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의 눈빛 연기와 그가 독백으로 내뱉는 대사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난 감수성을 타고났다. 난 작가가 될 운명이었다. 난 젭 감바르델라가 될 운명이었다.'


그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난 아침, 그 장소에는 술에 깬 편집장만 남아있을 뿐 아무도 없습니다.

 주인공 젭은 로마의 아침과 고독을 느끼기 위해 거리를 걷습니다.

아침의 로마를 감수성이 타고난 그는 눈으로 보고 느낍니다.

 

그에게는 왜소증에 걸린 편집장과 그녀의 시인 남자친구(그녀의 귓속에만 말을 하고 사람들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장난감 회사의 사장 부부, 

그리고 아직도 성공하지 못해 쪽박만 차는 예술가인 연극작가 친구,

그리고 돈 많은 여자 사람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떱니다.

 

젭의 앞집에는 이름모를 남자가 이사온 듯 합니다.

친구들은 그 부부가 비밀요원 같다며 갖가지 추측을 하지만 

젭은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영화에는 이런 젭의 모습을 자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젊은 여자를 만나 그 여자의 집에가서 잠자리를 하게 되고, 

그 여자는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기위해 컴퓨터를 가지러 간 사이 

젭은 아무말 없이 떠나버립니다.


'예순여섯 살이 되고 며칠 후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건 원하지 않는 일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제 그런 상황에서도 더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한 나이가 되어버렸고,

많은 것을 경험한 나이든 남자가 되어 더이상 두려워 할 것이 없습니다.

 

 

어느 날 젭 감바르델라에게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그 남자는 젭의 첫사랑이었던 여자의 남편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아내가 죽고 난 뒤 아내의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는데,

아내가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해왔다는 것을 알고 무척이나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아내의 가는 길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젭을 찾아와  아내가 젭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젭과 함께 장례식을 치릅니다.

젭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첫 사랑을 다시 떠오르게 됩니다.

 젭은 천장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과거의 젊었을 적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과거의 배경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마치 우리의 눈으로 젭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때로는 사진처럼, 그림처럼

잃어버린 색이지만 진한 기억의 색으로 그려냅니다.

 

젭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일하는 스트립 가게를 찾아가고

친구의 딸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라모나' , 그녀는 아버지가 일하는 가게에서 스트립걸로 일을 합니다.

돈을 모으려고 일을 한다는데 아버지는 도통 딸이 그 돈을 다 어디다 쓰는지 모릅니다.

젭은 라모나에게 찾아가 자신이 가는 곳을 동행해달라고 부탁하게 되고, 잠자리도 합니다. 

젭은 그녀를 상류사회 파티에 데려갑니다.

 

젭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듯이 그녀에게 말합니다.

상류사회에서의 예의 그리고 자신이 주목받는 법을 젭은 그녀에게 알려줍니다.

 

비싼 드레스를 입게 하면서 어떻게 보여야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되는지 가르쳐 주고

친구 아들이 자살을 하고, 장례식에 갔을때에도 

장례식장은 하나의 사교의 장이라며 

자신이 그들 틈에서 주목받는 방법을 말해줍니다.

 

상류층의 어느 파티 

넓고 넓은 정원 속에서 어린아이의 천재적인 재능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즐거움을 빼앗고, 사람들이 보이는 앞에서 그림을 보이게 합니다. 

아이는 분노에 차올라 페인팅으로 그림을 그려내지만 그마저도 훌륭하게 그려냅니다.

 

이 장면은 우리 현실의 숨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상류사회 그리고 아이의 재능을 돈과 연결 짓는 그들의 잔인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어떠한 무한한 이야기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젭은 그 곳에서 라모나와 함께 파티 장소인 정원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라모나는 점점 젭에게 빠져들어갑니다.

그의 말에 빠져들어가고, 그의 삶에 빠져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한 예술가 처럼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젭이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드는데 설전이 벌여집니다.

돈 많은 부자 친구가 상식있는척 잘난척을 하며 친구들을 몰아세우자

젭은 그녀를 할말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는 그녀에게 명치때리는 말들을 쏟아내며 마지막 말을 내뱉습니다.


"봐, 모두 쓰러져가고 있잖아. 우월감을 가지고 비판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봐.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잡담이나 하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거야."


나이가 들어 함께 모여 수다를 떠는 건 젭과 친구들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그들에게는 허세와 우월감은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집으로 가버립니다.

영화가 끝날무렵 한 수녀가 출연합니다.

젭은 수녀를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지만 그녀는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입니다.

다 죽어가는 노인

 

그리고 그녀가 집에있는 동안 집에서 기이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디론가 이동하는 새들이 젭의 테라스에 몰려와 조용히 앉아 있다 떠나는 장면입니다.

경이로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이 뜻하는 것 역시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상류층이지만 서로 다른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젭과 인터뷰 하며 담배를 피며 우는 행위예술가

그리고 젭의 왜소증 걸린 편집장

그리고 실력도 없는데 여자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젭의 극작가 친구

그리고 매춘하는 장난감회사 사장친구와 그걸 알면서도 참고 모르는 척 하는 그의 아내

우월감에과 허세를 부리며 자기아이는 직접 키우지도 않고 유모한테 맡기는 돈 많은 친구

정신병을 앓고 엄마를 경멸해 하는 아들을 둔 돈 많은 과부 친구

스트립 댄서 섹스파트너이자 친구의 딸 라모나

나이들어 그에게 남은건 수다 떨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친구들 뿐입니다.

한 편의 성공한 소설로 그의 삶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나름 행복하게 산 젭이지만

흘러간 시간 만큼은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나이든 그는 좋은 펜트하우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정원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을 상상합니다.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되찾을 수 없는 시간들을 상상하며 그는 마음에서 노래합니다.


'내 마음은 하이랜드에 있어 이곳에는 없어라

내 마음은 하이랜드에서 사슴을 쫓고 있누나 잘 있으렴 하이랜드여 잘 있으렴 북부여'


주인공 젭 감바르델라는 깔끔한 수트에 항상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아름다운 로마의 거리를 걸어다닙니다.

그에게 감춰진 외로움과 지나온 삶은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영화는 아름답습니다.

저도 이 영화의 장면과 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 5번 이상을 보았지만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본다면 지금의 나이때 이 영화를 봤을때와는 분명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